역사 교과서를 보면 여러 곳에서 비단길을 언급한다. 여러 도시들이 너도나도 비단길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했다고 쓰여 있다. 바그다드, 사마르칸트, 둔황, 타슈켄트... 등등. 그런데 지도를 통해 비단길이 지나가는 경로를 보면 정말 길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비단길이 무역로로 사용되면서 여러 도시들이 비단길의 혜택을 입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심장부, 장안에서 중앙 아시아를 거쳐 유럽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인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이르기까지 장장 6,500㎞에 걸쳐 뻗어 있는 비단길은 한 무제 시절 장건의 원정을 통해 개척되었다.
하서회랑 : 중국 문명의 심장부에서 서역의 입구까지
비단길은 중국 문명의 심장부 장안에서 출발한다. 장안에서 서쪽으로 500㎞ 쯤 이동해 란저우에서 황허강을 건너면, 북동쪽으로 뻗어 있는 치롄 산맥 북쪽 기슭을 따라가게 된다. 길이가 1,000㎞쯤 되는 이 길을 '하서회랑'이라고 부른다. 황허 강의 서쪽에 복도처럼 길쭉하게 뻗어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하서회랑은 대초원의 유목민과 중국 한족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했던 곳이기도 하다. 유목민은 북쪽 초원에서 고비 사막을 넘어와 하서회랑을 오가는 상인들을 약탈했다. 그러나 한 무제가 하서회랑에 하서사군이라 불리는 네 개의 도시를 건설한 후, 이 땅은 중국 문명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목민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하서회랑의 북쪽을 따라 쌓은 만리장성은 유목민의 공격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중국의 처지를 보여준다. 만리장성은 하서회랑 북쪽을 막아 하서사군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하서회랑의 종점은 만리장성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둔황이라는 도시이다. 중국인들은 둔황보다 더 서쪽에 있는 땅을 서역이라고 불렀다.
오아시스길 : 험난한 사막을 넘는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
둔황을 지나면 타림 분지를 지나게 된다. 남쪽으로 쿤룬 산맥, 북쪽으로 톈산 산맥으로 둘러싸여 사발처럼 생긴 분지를 타림분지라고 하며, 이 분지의 한복판에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타클라마칸 사막이 펼쳐져 있다. 타클라마칸은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상인들은 사막을 건너는 여러 길을 개척했다. 톈산 산맥 북쪽을 지나는 길은 천산북로, 남쪽을 지나는 길은 천산남로, 그리고 티베트 고원의 북쪽 기슭을 따라 사막의 남쪽을 빙둘러 가는 길은 사막남로라고 부른다. 이 길들은 모두 톈산 산맥과 쿤룬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을 이용하는 오아시스들을 연결한 것이다.
오아시스라고 사막 군데군데 자리 잡은 작은 우물 정도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타림 분지의 오아시스들은 대규모로 농사를 지어 수만 명의 사람들 너끈히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사람들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도시를 이루어 비단길을 오가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숙박업이나 중계무역을 하기도 하고, 포도나 목화 같은 농작물을 대규모로 길러 판매하기도 한다. 동쪽의 중국이나 북쪽 대초원의 유목민들은 이 오아시스 도시들을 지배해 비단길을 장악하려 했다.
중앙아시아 구간 : 비단길의 핵심 루트
오아시스 도시들을 거치며 험난한 사막을 헤쳐 나오면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만나게 된다. 파미르 고원 바로 인근에는 한 무제가 탐냈던 한혈마의 산지로도 유명한 페르가나라는 땅이, 그 너머에는 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야 강을 끼고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 비단길의 핵심, 소그디아나이다.
소그디아나는 인도와 유럽, 서아시아의 유서 깊은 도시들을 연결하는 교차로이자 환승역이었다. 중국에서 먼 길을 온 상인들은 소그디아나의 사마르칸트, 부하라, 타슈켄트 같은 도시들에 머물며 물건을 팔고 고객을 찾거나 유럽, 인도, 서아시아를 향해 새로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상인들로 언제나 붐볐다.
오늘날 이 지역은 급속한 사막화로 인해 점점 옛 모습을 잃어 가고 있다. 사람들이 목화 농사를 짓기 위해 아랄 해로 흘러드는 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야 강의 물을 마구 끌어 쓰면서 아랄 해가 말라 붙었고 그 결과 사막화를 더욱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 네번째로 넓은 호수였던 아랄 해는 2020년이 되면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한다.
서아시아 구간 : 중앙아시아에서 지중해 세계에 이르는 길들
유럽에 이르는 마지막 네번째 구간은 여러 경로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된 길은 이란 고원을 관통해 동지중해의 시리아까지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잦은 전쟁과 도적 떼들 때문에 이 길을 마음 놓고 쓸 수가 없게 되자, 상인들은 흑해와 카스피해의 북쪽 초원을 지나는 길이나, 홍해 혹은 페르시아 만을 거치는 바닷길을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를 거치는 상인들은 바닷길을 통해 동남 아시아와 인도의 진귀한 향신료를 취급하며 큰 돈을 벌었다.
이 구간에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시리아의 숱한 무역 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슬람 세계의 중심인 바그다드와 다마스쿠스, 이집트의 카이로, 터키의 이스탄불이나 안티오크 같은 도시가 대표적이다.
출처 : 용선생 세계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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