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함께 성장하며 서로 경쟁하고 있을 때, 지중해 연안, 더 정확히 말해 현재의 시리아에서 레바논 팔레스타인지역에 살았던 두 민족이 있었습니다. '페니키아'와 '헤브라이'입니다. 이들은 기원전 3000년에서 기원전 2000년 사이 비슷한 지역에서 살았고 둘 다 셈 족의 후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력을 크게 키웠던 적이 없는 이들이지만 종교와 문자. 두 부문에서 역사에 독특한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먼저, 기원전 1200년 경(그 이전 기원전 30세기라는 의견도 있음), 지중해의 동남쪽 연안에서 페니키아 인들이 나타납니다. 페니키아의 뜻은 '자주색을 입은 사람'으로, 자주색 염료 기술을 가지고 주변과 교역해 지중해의 큰 손이 되었습니다. 자주색은 이후 부유층의 색이자, 로마 황제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죠. '로열 퍼플'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어요. 타고난 뱃사람인 페니키아 인들은 배에 귀한 물건을 싣고 지중해를 무대로 장사를 하며 지중해 곳곳에 식민 도시를 건설했어요. 본인들의 본래 근거지의 정세가 불안했기에 여기저기 식민지를 만들었던 것이겠죠. 페니키아의 대표적 식민도시는 카르타고인데, 카르타고는 나중에 로마 역사에서 한 번 더 등장하니 기억해 두세요.
페니키아가 남긴 것이 하나 더 있어요. 항해에 관련된 지식이나 상거래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간단한 형태의 문자가 필요했기에,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는 글자, 즉 표음문자를 만들었습니다. 페니키아 인들이 만든 이 문자는 그리스어를 거쳐 오늘날 알파벳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어요.(페니키아어의 알프(소)와 베타(집)에서 '알파벳'이 나왔다고 합니다)
페니키아와 함께 나오는 헤브라이 인은 '히브리 인', '유대 인'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좀더 친숙하죠? 이들은 주변국들에 비해 미약했지만, 구약성경이라는 유명한 역사서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오랜 유목 생활 끝에 기원전 2000년쯤, 아브라함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정착했습니다. 아브라함의 후손, 야곱에게는 12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들의 후손이 헤브라이 인입니다. 이후 헤브라이 인들은 가뭄을 피해 이집트로 이주하여 수 백 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기원전 13세기, 이집트 파라오인 람세스 2세가 헤브라이 인들을 고된 건설 공사에 동원해 노예처럼 부리자 이에 불만을 품은 헤브라이 인들은 모세라는 인물의 인도를 받아 이집트에서 탈출해 자신들 조상의 고향인 가나안 땅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는 다른 민족인 블레셋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헤브라이 인들은 수 십 년 간 사막을 떠돌며 블레셋 사람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원전 1100년 사울의 주도로 헤브라이 왕국(이스라엘 왕국)을 세웁니다. 헤브라이 왕국의 첫 왕은 사울, 두번째 왕은 블레셋의 백전노장 골리앗에게 맨손으로 승리한 다윗, 세번째 왕은 수도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왕국의 전성기를 이끈 다윗의 아들, 솔로몬입니다. 그러나 솔로몬 왕 이후 왕국은 이스라엘 왕국(북)과 유대 왕국(남)으로 분열되었고 각각 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에게 멸망합니다. 이후, 헤브라이 인들은 바빌론으로 끌려가 포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바빌론 유수라 불리는 이 사건 이후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건국하는 1948년까지, 유대 인들은 전세계에 흩어져 살게 되는데, 이를 '디아스포라'라고 해요.
헤브라이 인이 역사에 남긴 중요한 포인트는 종교입니다. 이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 땅에 들어오기까지 40년간 고생을 하면서 유일신 야훼(여호와)를 섬기는 유대교를 만들었습니다. 유대인은 선택받았으며 언젠가 자신들을 구원할 메시아, 야훼가 나타날 것이라 믿는 유대교는 수많은 시련 속에서 헤브라인인들을 지켜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인류 전체에 있어서도, 유대교가 가진 유일신 신앙은 이후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의 바탕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대 국가 이스라엘은 고대 이스라엘 왕국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세계 유일의 유대인 국가로, 70% 이상의 사람들이 유대교를 믿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기 가운데에는 다윗의 방패가 그려져 있으며 유대교에서 파란색은 야훼의 영광과 지엄함, 순결을 뜻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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