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외가집이 예산에 있었다. 외가에 갈 때마다 도고 온천, 덕산 온천도 가고 현충사, 수덕사도 갔었는데, 수덕사에 갔을 때는 어린 마음에 걷는 게 힘들어 투덜댔던 기억만 있다. 그러나 이제, 그렇게도 걷는 것을 싫어했던 내가 수덕사를 내 발로 찾아갔다. 고즈넉한 절 기운을 한껏 느끼고 싶은 그런 겨울날이었다.
수덕사
충남 예산군 수덕사안길 79 수덕사
관람시간 : 9:00~17:00
입장료 : 무료(덕숭산 국립공원 관람료 면제)
주차비 : 2,000원(덕숭산 국립공원 주차료 - 이곳을 지나야만 수덕사로 갈 수 있음)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덕숭산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로 충남 지역 36개 작은 절들을 관장하고 있다. 1984년에 덕숭총림이 되었으며 우리나라 8대 총림 중 하나다.
Q. 총림(叢林)이란?
선원(禪元 : 선종의 사원, 선을 닦는 방), 강원(승가대학 또는 승가대학원), 율원(계율을 가르치는 승가대학원) 및 염불원을 갖추고 본분종사인 방장의 지도하에 대중이 여법하게 정진하는 종합수행도량을 말한다. 대한불교 조계종에는 다섯 사찰이 선원과 강원을 모두 갖춘 5대 총림(순천 송광사,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예산 수덕사, 장성 백양사)이었으나 2012년 3사(동래 범어사, 대구 동화사, 하동 쌍계사)가 총림에 포함되면서 2013년 현재 8대 총림이 되었다.
수덕사의 역사
수덕사는 절의 긴 역사에 비래 전해지는 기록이 없어 그 연혁을 살피는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창건에 대한 기록이 없는데, 백제 위덕왕 재위 시에 창건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백제 무왕 2년(601년) 혜현 스님이 수덕사에서 법화경을 강론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그 이전에 창건되었음은 확실하다. 수덕사에서 가장 유명한 대웅전(국보)은 고려 충렬왕 때 건립되었고 조선 시대 들어서도 여러 차례 중보수가 이루어졌다.
19세기 말 경허 스님이 수덕사에 머물며 선불교의 수행 체계와 법통을 다시 수립하고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 제자들 중 만공 스님은 일제 강점기 억압받는 조선 불교를 지켜내는 한편, 수덕사에서 선불교의 전통을 크게 부흥시킨 인물이다.
수덕사로 들어가기
눈이 온 다음 날이라, 처마 밑의 고드름이 무섭게 달려 있어 여러번 찍어 보았다. 참 공격적인 고드름이다.
우리의 예상 코스는 일주문, 사천왕문을 지나 대웅전까지만 보고 오는 경로. 정혜사까지 이어지는 벽초 스님의 1080 돌계단을 올라보고 싶었으나 다음 일정이 있기에 포기했다. 다음번에 시간 여유 있을 때, 정말 (큰맘 먹고) 올라가 보기로...!
황하정루는 대웅전을 오르는 계단 앞에 세워진 누각으로 강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조금 더 오르면 대웅전 앞 경내에 도착하게 된다. 현재 황하정루는 여기저기 공사중이었고 고드름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망까지 설치되어 정신 없는 모습이긴 했다. 그리고 올라가게 되는 계단.
계단의 끝에 다다르면 수덕사 대웅전 앞 경내가 촤르르 펼쳐진다. 또 한번 기단 위에 올라가 있어 더욱 높게 느껴지는 대웅전. 수덕사 대웅전은, 한국사 수업에서 꼭 한번은 등장한다.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라는 설명이다. 단순 암기를 싫어해 막 외우지는 않았지만, 교과서 어딘가쯤에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것을 눈으로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수덕사 대웅전
1937년, 수덕사 수리 공사 때 ‘1308년 4월 17일 기둥을 세우다’ 라는 묵서명이 발견되면서 충렬왕 34년인 1308년이라는 제작 연대가 밝혀지게 되었다.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수덕사 대웅전보다 앞선 시기에 건립된 것으로 보지만 두 건물이 언제 건립되었다는 기록은 남은 것이 없어 정확한 건립 연대를 알 수 없고 대략적인 연대를 추정만 할 뿐이다. 반면, 예산 수덕사 대웅전은 제작 연대가 확실한 가장 오래된 건물이 되었으며 이 시기 목조 건물 양식의 기준이 되었다. 앞면 3칸, 옆면 4칸으로 된 목조건물로 단층으로 되어 있으며, 주심포 양식에 배흘림 기둥, 맞배 지붕으로 건축되었다.
1) 주심포?
목조 건축물에서 지붕 처마 끝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짜맞추어 댄 나무 부재인 공포를 대는 방식에 따라 주심포, 다포, 익공으로 구분한다.
주심포 | 다포 | 익공 |
공포가 기둥 위에만 있다. 지붕은 주로 맞배 지붕 (부석사 무량수전은 팔작지붕) |
공포가 기둥 뿐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놓인다. 지붕은 주로 팔작 지붕으로 화려하게. |
주심포인데 날개 모양의 부재를 끼운다. |
조선 이전에 주로 사용 | 조선 초기에 궁궐과 사찰법당을 웅장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만든 형식 |
2) 맞배 지붕?
맞배 지붕 | 팔작 지붕 | 우진각 지붕 |
가장 기본적인 지붕 양식. 지붕 앞쪽과 뒷쪽을 사람인(人) 모양으로 배를 맞댄 모양. 상류 주택 행랑채나 서민주택 몸체에 사용되었다. |
가장 완비된 지붕형식 우진각 지붕의 세모꼴 측면에 다시 여덟 팔의 모양을 덧붙여 마치 부챗살이 퍼지는 모양. 우진각 지붕 윗부분을 수평으로 잘라 그 위에 맞배지붕을 올려놓은 것 같은 복합형 지붕 형식이다. 위용있는 모습으로 궁궐과 사찰 건축에서 정전, 금당 같은 건물에 즐겨 사용 경복궁 근정전 조선시대 대부분의 건축과 부잣집 기와지붕 |
맞배지붕의 양 측면을 다시 삼각형 모양으로 끌어내려 추녀가 4면에 고르게 만들어지는 모양 남대문, 창덕궁 돈화문 |
3) 배흘림 기둥?
민흘림 기둥은 기둥이 아래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형태이고 배흘림 기둥은 기둥 중간 부분(주로 지면에서 1/3 지점)이 볼록하게 나와있는 형태이다. 배흘림 기둥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신전에도 적용되었으며 우리나라 많은 건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맞배 지붕의 매력은 이 옆태인 듯!
대웅전 경내 이곳저곳에 있는 불상과 삼층석탑. 수덕사 삼층석탑은 (저 안내문에 따르면) 고려 시대 만들어진 탑인데, 통일신라 문무왕 때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석탑의 전체적인 양식과 조각 방법이 통일 신라 양식을 따르면서도 고려 시대 석탑의 특징이 잘 나타나므로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게 뭔 말??
뭐 석탑이 어느 시대 만들어 졌건... 우리는 대웅전 앞을 한바퀴 돌아본다. 대웅전 뒤쪽으로 보이는 산과 바위들이 더 겨울 느낌 나게 한다.
대웅전 앞쪽으로 보이는 소원 나무에 우리도 소중한 마음을 담아 걸어 본다. 다들 다양하고 구체적인 꿈을 꾸고 있구나. 2024에는 반드시!
수덕사를 내려 가는 길. 얼핏보면 그 누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건 머리 위에 쌓인 눈 때문일듯. 저분은 분명이 부처님... 아니더라도 불교계 누군가이실 것이다. 센터에 어르신과 그 옆에서 함께 웃고 있는 동자승들의 모습이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조각. 나도 저렇게 웃어 보고 싶구나.
수덕사 내려가는 길에는 수덕여관 터, 선미술관 등 볼거리들이 많다. 아쉽게도 이날은 선미술관이 문을 닫는 날이어서 관람하지는 못했다. 고승들의 작품과 이응노 화백의 작품 등 근현대 예술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야외에 전시된 작품들 중 사과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수덕사는, 우리 나라 선불교 역사에 있어 중요한 사찰임과 동시에 여러 근현대 인물들과도 관련 깊은 곳이다. 수덕사를 찾기 전 검색하다 보니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나오는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한 번 포스팅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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