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일요일의 궁궐 산책. 창경궁과 창덕궁은 연결되어 있어 한번에 다녀오기에 좋은 걷기 코스이다. 산책로 양쪽으로 나무와 꽃들이 우거지고 호수와 온실, 그리고 고즈넉한 옛 궁궐 건물들을 갖춘 좋은 코스다. 좀 잘 알면 더 이것저것 더 보일 테지만, 궁에 대한 지식이 짧아 뭘 봐도 별 감흥이 안 생기는 게 문제라면 문제.
창경궁(1484년 건축)
혜화역 4번 출구에서 도보 20분
조선 성종이 당시 생존하였던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작은어머니의 거처를 위해 지은 궁.



관람요금 : 성인 1000원.
매표소에서 직원분을 통해 직접 구매할 수도 있고 교통카드도 사용가능하다.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몰라서 직원분을 통해 구입했는데 주말이었지만 매표소에 줄이 길지는 않다. 무료관람 대상이 다양하니 한번쯤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재밌는 건 상시관람권, 점심시간관람권 등 특별관람권이 있다. 근처 직장인이라면 점심식사 후 와서 궁을 걷다 들어갈 수도 있구나! 누가 생각한 건지 몰라도 넘 좋다. 회사 근처 피트니스를 끊는 대신, 궁 회원권을 끊는다니... 나도, 창경궁 근처에서 일하고 싶다...


관람시간 :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 창덕궁 연결은 오후 5시까지
5시 30분~6시 30분(계절별로 다름)에는 야간개방구역으로 옮겨야 한다..
창경궁과 창덕궁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궁궐이지만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뿐만 아니라 북적함의 차원도 많이 다르다. 먼저 들어간 창경궁은 관람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가운데 숲과 호수로 인해 공원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일제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창경원에서 처음 받은 느낌은 건물이 많지 않아 시야가 탁 트인 느낌. 그러나 이는 파괴의 흔적이기도 하다. 건물 복원 시에는 사료를 보고 땅 밑 지지대를 흔적 삼아 복원하는데, 일본은 창경궁을 땅 밑까지 철저하게 훼손해 복원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직진하면 전각 등을 볼 수 있지만 먼저 오른쪽으로 꺾어 춘당지 호수와 온실을 보기로 했다. 춘당지로 가는 길에는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연리지, 중국 사신들이 들어와 심었다는 백송 등 신기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춘당지는 1909년 일제가 춘당대 앞에 있던 권농장(왕이 친히 농사 시범을 보이던 궁궐 내의 작은 농장)의 논을 터서 기존의 북쪽 연못과 합쳐 만든 호수이다. 일제는 1908년부터 창경궁을 놀이공원 창경"원"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창경원 시절 춘당지는 서울의 핫플레이스였다. 지금보다 놀거리가 없었던 시절, 데이트 코스이자 가족 소풍, 각종 모임의 자리로서 기능을 톡톡히 했을터다. 일제강점기 때는 춘당지 북쪽에 일본식 건물 수정을 세웠고 광복 이후 1965년에는 케이블카까지 설치했다. 1967년엔 연못 안에 기존의 수정을 재건축해 '수정궁'이라는 정자를 지었고 레스토랑, 예식장, 오락실 등이 입점해 시민들의 연회장소가 되었다. 봄에는 벚꽃놀이를, 겨울에는 스케이트 장으로. 또 뱃놀이의 장소로 이용되었다.



일제는 창경궁 좌우 공간을 왼쪽 동물원, 오른쪽은 식물원으로 만들었다. 해방 이후 시민들의 항의로 동물원, 식물원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는데, 온실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라는 역사적 가치가 있어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일제가 순종 황제를 폐위한 후 황제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세웠으며 특히 이토 히로부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데, 정작 본인은 암살당해 완공된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온실 속 다양한 식물들. 누군가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는듯하다.







온실을 나와 이제 창덕궁 쪽으로 향했다.
성종 때 만들어졌다는 팔각칠층 석탑(조선에서도 틈틈이 석탑을 만들었구나),
앙증맞은 크기의 앙부일구(해설사 분이 외국인에게 영어로 설명하고 계셨다. 지금 몇 시인지 앙부일구를 보며 말했는데, 진짜 시간과 달라 민망해하며 안 맞는 이유를 설명하시기도...)
위에 달린 깃발로 바람의 크기와 방향을 관측하는 풍기대를 만났다.



창경궁 뒤편은 창덕궁과 이어져 있다. '함양문'이란 이름의 작은 문 하나를 지나면 창덕궁으로 넘어간다. 이 문은 계절에 따라 4시 30분 ~ 5시 30분 이용이 가능하다. 아, 물론 매표소에서 새로 창덕궁 입장권을 구입해야 지날 수 있다.



창덕궁(1405 건축)
경복궁이 정궁이라면 창덕궁은 이인자 궁이다. 임진왜란으로 불탔는데 광해군 때 다시 지었고 흥선대원군 때 경복궁을 중건하기 전까지 조선의 정궁 역할을 했다. 조선 궁궐 중 가장 오랫동안 임금들이 거쳐했던 궁이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 궁궐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전되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입장료 : 전각과 후원으로 나뉘어 관람한다.
전각은 일단 창덕궁에 들어가는 입장권으로 성인 3000원. 역시 점심시간 관람 등 특별관람권이 있다.
후원은 성인 5000원, 25-64세는 전각 입장권도 구입해야 한다. 또, 입장권만 산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은 온라인(홈페이지)과 현장예매, 한국어의 경우, 1시간 간격, 100명(온라인 50명, 현장 50명)씩 예약이 가능하다.
온라인의 경우, 관람희망일 제외 6일 전 오전 10시부터 선착순 예약이다.
온라인 예약 : 창덕궁 (uforus.co.kr)




가족을 위한 안식처 느낌의 창경궁과 다르게 창덕궁은 진짜, 리얼, 궁이다. 그래서 전각 건물도 많고 넓어 하나하나 의미를 알지 않으면 다 비슷하게 느껴져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게 문제. 공부가 필요한데... 공부를 해가지는 못했다. 낙선재나 인정전 정도 이름을 알고 있는 수준... 다음에 제대로 공부해 다시 오리라 다짐해 본다.












창덕궁 입구 쪽에서 '왕후의 선물'이라는 체험 코너가 운영되고 있었다. L사의 한방화장품 브랜드에서 후원하는 행사인데, 한방차(구기자차)를 제공했고 안쪽 전각 건물에서는 전통 다과 체험이 있었다. 예약했냐고 묻는 직원분. 아, 이런 걸 알아보고 예약하고 와야 하는구나. 눈앞에 두고 못 들어가서 그런지 아쉬움이 컸다. 요즘 '할매니얼 트렌드'라고... 약과, 떡 이런 게 인기라는데... 우린, 돈 주고 사 먹어야지.
궁중문화축전(2023.5.2.-5.7.)
그러고 보니, 창경궁과 창덕궁 곳곳에서 "궁중문화축전"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 체험행사도 그 하나인가 보다. 찾아보니 1주일 동안 전시, 공연, 체험,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었는데, 예약이 필요한 것들도 있으니 들어가 확인.
궁중문화축전
매년 봄과 가을 5대궁과 종묘·사직단에서 펼쳐지는 국내최대 문화유산축제
www.chf.or.kr



한복 입은 외국인
코로나 전의 외국인 여행자들을 회복했을까, 그것보다 더 많아진 것도 같다. 창덕궁 안내 브로셔도 베트남어, 아랍어, 말레이어까지 진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나오고 궁 주변에 외국인 간판들도 많다. 놀라운 건 한복 입은 외국인. 한복 입으면 무료입장이라서가 입는 게 아니라, 정말 좋아서 즐기면서 한복을 입는 것 같아 보인다. 누가 해줬는지(대여 업체의 서비스인지, 유료 서비스인지) 머리도 예쁘게 땋고 댕기를 늘어뜨렸다. 놀라운 건 단순히 한복이 아니라 수문장, 포졸, 의관 복장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수문장 입은 사람이 문 앞에 서있길래 관광객 기념사진 찍으라는 거구나 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너무나 늠름했던 외국인 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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