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2022년 9월 말 공개한 시리즈 '황후 엘리자베트'는 오스트리아 제국(합스부르크 제국)의 실존 인물인 황제 프란츠과 황후 엘리자베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엘리자베트는 우리에게 '시씨 황후'로 더 잘 알려진 인물. 총 6부작 드라마로, 시즌 2가 일찌감치 확정되었다. 유럽 역사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매우 추천!
줄거리
바이에른 왕가의 장녀 '헬레네'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는 자유분방한 헬레네의 동생 시씨(엘리자베스)에게 한눈에 반해 청혼한다. 두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 엘리자베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가 되었다. 바이에른 시골에서 자유분방하게 커 온 엘리자베트는 황실 예법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어머니이자 이모인 조피 대공비와의 관계는 점점 나빠진다. 당시는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프랑스 등에서 혁명이 번지고 있었고, 나폴레옹이 등장하고, 러시아도 세력을 키워가던 시점.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펼치려는 프란츠, 시어머니와의 갈등 속에 궁을 떠나기로 한 엘리자베트, '인민을 위하여'를 외치며 혁명을 시도하는 오스트리아 민중, 황제 자리를 위협하는 동생 막시밀리안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시작은?
11세기 스위스 북부 지방의 한 귀족이 합스부르크라는 성을 지었다. 그때만 해도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시골 귀족이었으나 2백년이 지난 후, 후손 한 사람이 독일 지역 영주들의 왕으로 뽑혔고 그 아들이 오스트리아 영지를 물려받았다. 이후 합스부르크 가문은 주로 혼인을 통해 보헤미아(체코), 헝가리, 스위스, 티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손에 넣었고 15세기 중반(1452)부터 3백여 년 동안 신성로마 제국 황제 직위를 대물림했다.
한편, 오스만 제국 군대는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고 헝가리와 체코 일대를 장악한 후 1529년 빈을 포위했다. 빈은 성벽을 쌓아 오스만 군대의 여러 차례 공격을 끝까지 막아냈다. 1529년, 1683년, 1737년까지 계속. 오스만 군대가 놓고 간 청동대포를 녹여 만든 18톤의 종(품메린)이 빈의 대표 볼거리이다.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2>)
오스트리아 제국의 탄생
그러나 1789년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고 나폴레옹이 등장해 유럽 대륙 전역을 장악하고 1804년,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이에 당시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프란츠 2세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영지를 모두 합쳐 오스트리아 제국을 수립하고 프란츠 1세에 즉위했다. 이로써 신성로마제국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세번째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이탈리아 통일 전쟁에서 패배해 이탈리아를 통일시키고,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통일 독일 제국을 수립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초반에는 자유주의 개혁정치를 잠시 시도했으나 이후 전제정치로 일관했고 경제 발전에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비판받기도 한다. 이 모든 실책 뒤에는 어머니 조피의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1914년 사라예보에서 조카가 살해당하자 전쟁을 도발해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이라는 책임을 안게 되었고 전쟁 중인 1916년 사망, 그의 사후 2년 만에 제국은 붕괴되었다. 그러나 60년이 넘는 재위 기간 동안 근면성실한 국정 수행과 엄격함, 그리고 가족사의 비극으로 인해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 두려움을 받는 황제로 지금도 오스트리아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엘리자베트 황후의 남편이기도 하다.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시씨 Sisi)
당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은 왕족 여성으로 화제가 되었고, 지금도 미녀 왕비의 대명사로 꼽힌다. 16세의 나이에 이종사촌인 프란츠 요제트 1세와 결혼해 오스트리아의 황후가 된 엘리자베트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이중제국 체제를 이루게 되자 헝가리의 왕비로까지 즉위했다. 운동과 다이어트에 병적으로 집착해 평생 키 173㎝, 몸무게 46-49㎏을 철저히 유지했으며 매일 3시간 이상을 머리 관리에 투자했다고 한다. 황후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적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지금도 빈 호프부르크 왕궁에는 시씨 박물관이 있어 버거웠던 황후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엘리자베트의 생애는 상실의 고통과 외로움으로 얼룩졌고 참혹한 비극으로 끝났다. 1889년 외동아들이자 황태자였던 루돌프가 자살했다. 교회를 싫어하고 계급제도를 경멸하는 등 자유주의 성향을 보였거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했던 루돌프는 사냥터의 별장에서 나이 어린 애인과 함께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엘리자베트는 공식활동에서 완전히 물러나 유럽 각지를 여행하다가 스위스 제네바의 호수에서 이탈리아 출신 아나키스트가 휘두른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2>)
'권력형 셀럽'이라 할 수도 있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기다운 삶을 추구했던,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운명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던 엘리자베트. 그러나 자신의 불행만 생각하여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위주로 행동한 이기주의, 자기연민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의 소재가 되고 있으며 모차르트와 함께 오스트리아의 2대 관광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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